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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1960년대 초반, 소용돌이치는 한국 문단의 한가운데에서 나의 시·나의 문학도 싹을 틔웠다. 60여 년의 시력詩歷이 곧 커다란 뉘우침이며 한탄뿐이다. 그래서 하염없이 회한에 젖는다. 그토록 애달파하던 것들 돌이켜 보면 한갓 시골 장터의 풍물 같은 것이련만 아직도 가득 머금고 있는 얼굴과 가슴 표정해 본다. ‘생각’이 곧 ‘시’가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삶의 여러 주추 가운데 하나쯤은 되리라 믿는다. 다시 말해 시는 생각의 따뜻한 모서리를 가지고 있으며 위안의 기둥뿌리도 곁에 세워 두고 있다. ‘비어 있는 것’과 ‘채워진 것’의 품은 ‘아득함’으로 대체된다. 이렇듯 시의 품은 한없이 넓다. 이것은 시인이 독자에게 열어 놓은 사고의 폭이며 깊이이며 넓이이다. 사실 우리들은 항상 어딘..
1960년대 초반, 소용돌이치는 한국 문단의 한가운데에서 나의 시·나의 문학도 싹을 틔웠다. 60여 년의 시력詩歷이 곧 커다란 뉘우침이며 한탄뿐이다. 그래서 하염없이 회한에 젖는다.
그토록 애달파하던 것들 돌이켜 보면 한갓 시골 장터의 풍물 같은 것이련만 아직도 가득 머금고 있는 얼굴과 가슴 표정해 본다.
‘생각’이 곧 ‘시’가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삶의 여러 주추 가운데 하나쯤은 되리라 믿는다. 다시 말해 시는 생각의 따뜻한 모서리를 가지고 있으며 위안의 기둥뿌리도 곁에 세워 두고 있다.
‘비어 있는 것’과 ‘채워진 것’의 품은 ‘아득함’으로 대체된다. 이렇듯 시의 품은 한없이 넓다. 이것은 시인이 독자에게 열어 놓은 사고의 폭이며 깊이이며 넓이이다.
사실 우리들은 항상 어딘가를 향하여 ‘출발’하고, 어딘가에 ‘도착’하고는 한다. 이것이 우리 삶의 시작이요 끝이다.
내게 남아 있는 여백에 저 푸른 들녘의 본령과 여유를 닮으리라.
― <머리말>


- 차 례 -

자서自序

제1부 허물 하나 지워 가다가
내 허물은
뒷모습이 아득하다
어느 하루
혼자 있을 때
뒷모습은
눈빛 어리어
뒷풍경
빛을 맞이하며
빈 들녘에 서서
파도는 언제나
낙서 지우기
독백
그리움은
허물 하나 지워 가다가
첫사랑
잊고 살다가도

제2부 꽃이 아닌 꽃이
꽃의 말
안개와 산은
사는 날마다
거기 어딘가에
노란 장다리 피어나면
꽃잎을 접다
저 꽃은
동백꽃은
돌담 코스모스
꽃 진 자리
동백꽃 지다
꽃이 아닌 꽃이
꽃과 잎의 초상
담쟁이
성에 꽃
얼레지 꽃
풀꽃

제3부 어느 날 혼자서
어제 같은 오늘
바람의 말
허물 감추기
비명碑銘을 새기며
어느 날 혼자서
빈집에서
흔들리는 것은
여름밤
연등 시화詩畵
어느 날의 안색
너와 지평선 멀리
씻김굿
비 온 뒤
노을 지는 산은
호숫가에서
일상이거늘

제4부 어머니
봄맞이
고향이 가까워지네
안면도 해송 앞에서
바람을 잡는다
목포 소묘素描
월정역 기차는
흑백사진
산사에서
그 시절 메아리
어머니
빗소리
산사山寺
신탄진역에서
어찌 가을을 감당하랴
빈 둥지에 노을이 진다
겨울나무

■ 작품 해설 _ 한성우
■ 정송전(鄭松田) 시인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중앙대 국문과·동대학원 졸업
△《詩와 詩論》 등단(1962)
△한국자유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용인시 죽전중학교장 역임. 경기대 겸임교수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한국자유시인협회 본상 수상
△시집 『그리움의 무게』, 『바람의 침묵』, 『꽃과 바람』, 『빛의 울림을 그린다』, 『내 이렇게 살다가』
△자작시 감상선집 『그리움과 사랑의 되풀이』(제1권), 『자연과 우주의 너울』(제2권), 『내 삶의 소용돌이』(제3권), 『내 인생의 뒤안길』(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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