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시조집을 내면서 서두에 객담을 덧붙이는 것은 우리가 시조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시조라면 고시조 외에 현대시조(現代時調), 동시조(童時調), 어린이시조(兒童時調)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특히 동시조와 어린이 시조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원래 시조는 음악 쪽인 시조창(時調唱)과 문학 쪽인 시조시(時調詩)가 있었는데, 현대에 와서 고시조의 멋과 형태에다가 현대적인 감각을 실어 새롭고 세련된 모습으로 발전시켜 놓은 문학이 현대시조이다. 이러한 시조는 우리만이 가진 민족문학인 만큼 누구나 즐겨 읽고 쓰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온 지는 오래전부터였다.
예를 들면 1940년에 이구조 선생이 동아일보를 통해 어린이 시조 운동을 주장했고, 1950년대에는 시조시인 정완영 선생도 어린이들에게 시조쓰기를 가르쳐야 한다며 자신이 직접 동시조를 썼다. 이 무렵 김종상도 「동시의 마을」 상주에서 글짓기교육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시조를 쓰였고 나중에 교학사를 통해 어린이 시조쓰기 교재도 펴냈다. 또 진주에서는 최명길 선생이 1963년부터 개천예술제에 어린이 시조백일장을 두어 경남을 중심으로 어린이 시조쓰기 교육에 활력을 주었고, 1969년에는 서울 대광의 손관식 선생이 어린이 시조쓰기를 지도해서 『손』이라는 어린이 시조문집을 펴냈다.
그런데도 시조교육은 일반화가 안 되다가 1981년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민족관‧ 국가관‧ 윤리관의 정립을 내세워 청소년연맹을 창설하고 어린이 시조쓰기교육을 강화해서 일반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끝나버렸다. 그 후 1990년 마산의 양계향 선생이 완월에서부터 어린이 시조지도를 시작하여 퇴직 때까지 10년간 매년 어린이시조집을 펴냈고, 퇴직 30년이 지난 2020년에는 그때 제자들이 쓴 시조를 간추려『다시 보는 산호빛 목소리』라는 어린이시조 선집을 펴내 무료 배포하고 동시조 전용 까폐까지 운영하며 계속 동시조와 어린이시조교육 발전에 힘쓰고 있다.
1992년에는 아동문단 일각에서 동시조의 중요성을 느낀 작가들이 박경용 선생을 중심으로「쪽배」동인회를 만들고, 동시조의 발전을 위해 정기적인 연수회와 동인지 발간을 계속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부산의 서관호 선생이『어린이시조나라』를 창간하고 매년 2회 정기간행물을 펴내며 부산을 중심으로 학교를 방문 지도하고 지도자 연수회 등을 통해 어린이 시조교육과 동시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큰 수확이 있었으면 한다.
내가 미수를 맞아 동시조집을 내면서 이런 객담을 앞세우는 것은 어떤 신념에서가 아니라 현직에서의 미련 같은 것도 있는데다 한 편으로는 뇌가 더 시들기 전에 책으로 묶지 못한 내 동시조의 면면을 다시 살펴보고 싶은 욕심 탓인지도 모르겠다. 단수로 된 생태 동시조만 모은 것은 가볍게 읽도록 하기 위함이고, 육지‧ 바다‧ 공중‧ 풀꽃‧ 벌레‧ 환경 등 6부로 나누어 각부 18수씩 해서 108수를 맞춘 것은 108번뇌를 끊는다는 불교적인 의미를 담아보려는 뜻에서다. 아둔한 생각이라면 관용을 바라며 독필(禿筆)을 줄인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말 | 생태 동시조집을 펴내며
제1부 육지 : 고슴도치
강아지
고슴도치
곰
낙타
노루
다람쥐
물개
박쥐
비이버
사자
새앙쥐
소
수달
양
얼룩말
조랑말
캥거루
하마
제2부 바다 : 버들붕어
가리비
거북이
대합
돌고래
따개비
문어
물개
민어
버들붕어
불가사리
새우
연어
오징어
쥐치
진주조개
집게
해달
해파리
제3부 공중 : 해오라기
곤줄박이
기러기
꾀꼬리
꿩
독수리
두견이
딱따구리
부엉이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배새매
뻐꾸기
소쩍새
수리부엉이
올빼미
크낙새
해오라기
황조롱이
휘파람새
제4부 풀꽃 : 은방울꽃
개나리
갯메꽃
금강초롱꽃
금낭화
달맞이꽃
덩굴장미
동백꽃
둥굴레
들국화
땅콩
맨드라미
며느리밥풀꽃
연꽃
유채꽃
은방울꽃
익모초
진달래
질경이
제5부 벌레 : 방아깨비
개미
거미
고추잠자리
꿀벌
누에
달팽이
땅강아지
매미
메뚜기
모기
물자라
바퀴벌레
방아깨비
베짱이
소금쟁이
자벌레
지네
지렁이
제6부 환경 : 갯벌에서
갈고 매고
갯벌에서
꽃방석
꽃잎을 밟으며
농기구
동그란 것
말씨와 말씀
별은 좋겠다
산봉우리
서로 도와서
소나기
숨어버린 해
쓰레기
야생마들
조상이 살던 땅
파도
파란 깃발
하늘
■ 김종상
△안동 출생(1935)
△안동대학(사범본과) 졸업
△서울신문 신춘문예 童詩 당선으로 등단(1960)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시사랑회 회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역임
△국제PEN 고문. 한국문협 고문. 현대시협 고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
△교단에서 정년퇴직
△동시집 『흙손엄마』 『中英雙語童詩』 외 다수
△동화집 『아기사슴』 『Graine de Bouddha』외 다수
△시집 『고갯길의 신화』 『어머니의 세월』 외 다수
△한국문학상, 대한민국5‧5문화상, 소월문학상, 경향사도상, 한국교육자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