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역할은 정보가 범람하는 일상에서 절제에 언어를 소환하여 지상의 귀를 담백하게 열어준다. 아무리 문향이 빼어나도 멋과 얼이 현묘(玄妙)하지 않다면 죽은 글이다. 자연의 유토피아를 찬미하는 존재에 근원을 끊임없이 부여하여 시적 세계로 이끌어야 아름다운 시가 된다. 시조와 현대 시를 동질적인 것으로 보고 시조창에서 분리하여 시어의 조탁과 관념의 형상화에 연작 등을 고취함으로써 시조 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 절제 언어를 끌어와 지상의 밀어를 세밀하게 시(詩) 정신에 우주이자 ‘혼돈’ 그 자체적 카오스로 열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조는 현실 세계이면서 상상력이 필요하고 언어와 술어를 교직(交織)으로 짜낼 필요성이 요구된다. 상상력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나 현존하지 않은 대상을 머릿속으로 생각하여 그려보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시조를 쓰지 않으면 시적(詩的) 나이테는 나타나지 않거나 있는 듯 없는 듯 흐릿하게 마모될 뿐이다. 젖은 과거가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오거나 희망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증언의 시구(詩句)가 견고하고 단정하게 문장의 짜임새로 유지하는 것이 정체성이다. 마음에 와닿는 시구(詩句)는 마치 역마살을 타고난 운명처럼 유회하다가 한 알에 튼실한 씨앗의 중의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천지 만물은 걸머진 등뼈를 짓누르던 추운 겨울이 지나면 얼어붙은 땅이 녹아 생기를 되찾는 원리와 같다.
작품의 구성에서 완벽하게 갖추는 요건으로 음수, 소절, 문장의 연결성, 독립성 외에 완결성을 비롯하여 의미까지 시조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또한 엄격한 품격과 절제미를 유지하여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고, 의미를 숨겨두어 적절한 비유와 언어에 조합으로 이루고 낯설게 하는 기법의 활성화를 확대해 보았다. 시조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정체성의 유지에 있어 독창적인 전통과 역사적 또는 문화적 Meme(유전자)을 전승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모색해 보았다. 시조는 영구한 생명력을 지녀야 하므로 시적(詩的) 대상을 파고드는 예리한 안목과 상상력이 없다면 영원히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시작(詩作)은 안에서 밖으로 쏟아내야 할 열정의 대상이며, 생명력이라 생각하여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시조를 사랑하고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상재한 “에누리 없는 인생” 시조집은 5부로 편집하여 제1부 인생의 거품을 걷으며, 제2부 소멸과 부활, 제3부 은둔의 생로(生路), 제4부 투정의 풀무질, 제5부 찬란한 어퍼컷, 등 130편으로 편집 하였다. 특히 이번 시조집은 제6회 대한민국 시조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세직(細織)하게 되어 감명이 깊다. 여기에 담긴 작품은 대부분 내가 살아왔던 인생의 희비애락을 주제로 삼아서 때로는 팍팍한 삶의 속살을 압축시켜 심미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모쪼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 시조는 사유이고 개념적인 철학이 녹아 있다
서시 | 시작(詩作)
제1부 인생의 거품
인생의 거품
고란초
가로수의 단상
신의 부름
설악산 소묘
숲속의 한때
새벽 발걸음
꿈같은 시간
마지막 존엄
사무사(思無邪)
사할린의 한숨
향음주례(鄕飮酒禮)
객창여로(客窓旅路)
숲속 풍경
산창여독
우크라이나 쇄미록
봄의 입김
물가동향
가을이 익다
스산한 바람
성곽 둘레를 걷다
강물을 바라보며
저녁 바다
생태관광
관매도 비경
일상(一常) 선생을 기리다
제2부 소멸과 부활
석양의 그림자
광진교에서
강촌의 꿈
고독한 그림자
달빛 보듬기
달빛 세레나데
달동네
건양다경(建陽多慶)
타관살이
여명의 별사(別辭)
산모
홀로 선 그림자
냉한의 생존기
목련이 피기까지
지성과 영성
명암법
석양 전망대
주마등(走馬燈) 단상
성장의 열쇠
고서의 매력
첫사랑
군평선이
허심탄회(虛心坦懷)
해학 풍자
소멸과 부활
코르카 즘 후유증
제3부 은둔의 생로(生路)
뚝지알 탕
그리운 골목
정직한 빈곤
노파의 새벽 일상
씨줄과 날줄
고독한 상념
신념의 맥 짚기
허공에 외친 군담
귀갓길
괄낭무구(括囊巫咎)
마스크
잉여 인간
반가사유상
유형의 상징
꺾기
오뇌(懊惱)의 성불
정한(情恨) 풀이
거불 입상
국악 연주
은둔의 생로(生路)
죽순(竹筍)
세상을 보는 창
사하라의 고통
감정의 순간 동작
도시의 재발견
엶은 미소
제4부 투정의 풀무질
바지 사장
길을 가다가
투정의 풀무질
꿈을 엮는 인내
순간 윤색
갈라치기
당돌한 머슴들
사유의 방
눈썹과 입술
우주 망원경
동토의 잠행
우주의 진리
옛 부뚜막
불과 빛
허무
어떤 부활
사념(思念)
방탄소년단(BTS)
황혼의 길목
나한의 군상
매화와 군자
한강 수야!
달구비
무명의 묘소
에누리 없는 인생
일상을 향한 직진
제5부 찬란한 어퍼컷
선동 바이러스
한때의 야심
반동의 원리
시대를 움직이는 개성
숨기지 못한 후회
표절론
말기적 반응
운명의 시간
오판
성찰
CNN(Cable News Network)
묘서동처(猫鼠同處)
적정(適正)
결판 이후
찬란한 어퍼컷
파멸의 이유
청와대여!
힘의 균형
수기치인(修己治人)
발상의 전환
쉽지 않은 소통
꺼져가는 촛불
말로(末路)
혼돈의 어깃장
기막힌 보루
진영의 허울
● 시적(詩的) 은유와 비유의 특성
■ 澐海 송귀영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문학》 등림
△한맥문학가협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정화위원. 시조협회 부이사장. 시조문학 부회장. 현대시선문학사 고문. 한국서정문인협회장
△현대시선 금상, 시조문학작품집상, 시조문학상, 시조사랑문학상, 한국시조협회문학상, 대은시조문학상, 역동시조문학상, 월하시조문학상, 안정복문학상 외 수상
△시집 『나비의 잠』 『앓아눕는 갯벌』 『마음이 머무는 곳에』
△시조집 『뿌리의 근성 외 12집
△평설집 『한국대표 시문학 25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