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창작하는 것 못지않게 감상하는 것도 존재의 진리를 생기(生起)가 넘치게 한 근본 방식이라는 하이데거의 논리를 인용한다면 “주장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지식 없이 작품만 읽는다면 읽어도 알지 못합니다. 작품도 인생도 진리와 기(氣)가 들어있어야 생명력을 지닙니다.
시란 자기감정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하는 문학의 한 갈래로 쓰고 읽는 동안에 짜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 순간은 용광로에서 정제된 쇳물처럼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현대인의 정서 함양과 시대적 감성의 더듬이가 일반인 보다 발달하는 시의 본질에서 내 안의 나를 찾고 무념무상의 모티브(Motive)에 안식을 기원합니다.
시편에 녹아드는 화해와 성토가 걸쭉한 취기에서 삶이 묻어나는 저에게 서정과 낭만의 세계를 별처럼 띄우고 싶습니다. 순수 미학을 추구하는 내면 구도를 잘 살려 겸허하고 섬세한 관찰력에서 관조에 시적 언어의 본질을 맛깔스럽게 우려내는 지혜를 갖고 싶습니다. 항상 시적 의미는 진지하면서 소박하고 고전적인 시풍에 현대적인 시각성의 예리한 공동체적 존재여부로 탐지합니다.
자연성으로 근접한 영혼의 포에지(Poesy)를 충분히 내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구성에서 완벽하게 갖추는 요건으로 음수, 소절, 문장의 연결성, 독립성 외에 완결성을 추구해 보았습니다. 압축미를 비롯하여 율격의 의미까지 시조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또한 엄격한 품격과 절제미를 유지하여 더욱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작품의 역량을 키우려 노력도 해 보았습니다.
시조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정체성의 유지에 있으므로 독창적인 전통과 역사적 또는 문화적 Meme(유전자)을 전승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시조가 우리 고유의 리듬에 모국어의 감각과 사유의 세계를 표출하는 말하기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을 상기할 것입니다. 시조 쓰기에서 정채(精彩) 있는 우리 모국어를 시조 미학의 질서에 따라 배열하는 고유에 창작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시작(詩作)에서 아름다운 체념의 질서와 순리로 승화되는 좌절 아닌 초월의 미학이라 규정지으며 지혜의 우주를 맞이하는 끄덕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 예술의 정화(精華)인 시조는 우리의 자부심을 한껏 북돋울 자랑이며, 서정과 색조, 어조의 특성 등에 비추어 문학 현상의 평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조는 45음절 안팎의 짧은 정형의 틀에 풍부한 감수성과 사유의 세계까지 응축해 실어야 하는 무결점 형태미에 도달하기를 꿈꾸면서 계속 시조를 얽을 것입니다. 이 시조집을 대하시는 독자들에게 부족한 민낯까지 드러내 보여 부끄럽지만, 이번 작품집이 많은 감동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서시
제1부 시련의 선물
염분(鹽分)의 생물
상상의 공간
기억의 반추
농부의 얼굴
진땀 냄새
냉한(冷寒)의 야상(夜想)
생존의 비약
교시 성언(聖言)
유토피아의 섬
발레의 진화
시련의 선물
포구의 식당
역류 인생
남루한 의식 (1)
남루한 의식 (2)
갈매기
사노라면
겉꾸림
어떤 생애
세상을 사는 재미
주인 없는 세월
개그맨의 생존권
혼 씻기 음복
닫지 못한 창문
침묵의 단상
뱅크시 추적
제2부 정신 차려!
삶이 지칠 때면
사랑의 목마름
내 안에 숨긴 사랑
가을 들녘
내 안의 빗장
뜨락을 거닐며
숲속 저녁나절
벌과 꽃의 사랑
눈꽃 백-패킹(Back-Packing)
칠 부 능선
공예 박물관에서
자갈치 시장
무대 위에서 웃는 남자
무릉도원의 꿈
낯빛
문장대
구좌에서
맨땅의 지렁이
에델바이스
정신 차려!
소박한 염원
따분한 일상
하구(河口)에서
합수(合水)를 보다
새벽을 걷다
내가 원하는 것들
제3부 육신의 마감
기력 차리기
후리는 소리
봄 햇살 가두기
서산에 올라
어느 폐 역사
비룡폭포
남해
섬과 어부
질경이의 삶 (1)
질경이의 삶 (2)
입촌(入村)한 사백에게
여름 장미 (1)
여름 장미 (2)
노년의 오수
첫 시조집
육신의 허기
배중사영(杯中蛇影)
석류
백수에게
짓궂은 오기
허망한 인생
미래의 초년생
그저 산다
아름다운 미감
고개 숙인 자화상
오가는 세월
제4부 생불로 앉아
회향곡(懷鄕曲)
상생의 손
세상 만평
감정의 기저(基底)
흐릿한 눈뜸으로
열애
상상력과 창의력
오늘과의 이별
유혹
분노 방에 가다
능글맞은 기색
방황
필적 화폭
수련
언어 예술
요요 현상
생불로 앉아
명량대첩
주행선
까닭에
눈치
다비식
느티나무 그늘
사노라면 (2)
갈피
가려움증
제5부 민주의 값어치
정당의 자살골
경쟁의 원리
역량의 가능성
위선의 논리
오점의 족적
은폐의 편법 조작
불면의 밤
망각의 기능
자유 경제의 논증
어려운 공감
자유의 가치
각자도생(道生)
구밀복검(口蜜腹劍)
말의 실상
저항의 근사치
심란한 착각
망령의 단절
대립의 봉합
민주의 값어치
창작의 질문
하늘에 하소연
함몰 직전
소리 없는 항변
가식과 위선의 차이
역량의 책임
극복의 한계
● 시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澐海 송귀영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문학》 등림
△한맥문학가협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정화위원. 시조협회 부이사장. 시조문학 부회장. 현대시선문학사 고문. 한국서정문인협회장
△현대시선 금상, 시조문학작품집상, 시조문학상, 시조사랑문학상, 한국시조협회문학상, 대은시조문학상, 역동시조문학상, 월하시조문학상, 안정복문학상 외 수상
△시집 『나비의 잠』 『앓아눕는 갯벌』 『마음이 머무는 곳에』
△시조집 『뿌리의 근성 외 12집
△평설집 『한국대표 시문학 25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