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에 글자의 수를 놓았다. 하얀 천에 십자수를 놓는 것처럼 색실로 엮었다. 어느 때는 모양이 예쁘고, 어느 때는 삐뚤어져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또 꿰매고 모서리를 맞추고 하다 보면 모양새가 나왔다. 끝이 없는 글쓰기를 계속하며 선물에 나에게 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익도록 쌓았다. 분량이 많아질수록 세 번째 수필집을 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다가 놓쳐 버릴 것 같은 조바심이 자꾸 나를 부추겼다.
글을 쓸수록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 함께 놀며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끝없이 펼쳐지는 글밭에 심은 언어들을 잘 갈고닦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 잘 맞추면 글도 윤기가 흐른다. 빛이 나는 글들이 모여 있으면 내 안의 행복이 살아난다. 그래서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피어난다. 활짝 피는 장미꽃처럼 함박꽃처럼 웃음이 나온다. 주위를 맴도는 그리움, 때로는 슬픔도 어느덧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맑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또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을 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글쓰기에 전력을 기울여 힘차게 밀고 나간다. 끈기가 성실이 없었다면 물에 빠진 듯했을 것이다.
세 번째 수필집을 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사람이 마음을 먹었으면 실천에 옮겨야 반은 성공한 셈이라 여겼다. 내가 살아온 삶의 한 페이지를 기록으로 남겨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번째 수필집을 내기로 하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덜 여문 글을 세상 밖으로 보내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고된 일이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갈 것이다. 붓에 핀 꽃, 처음 만나 수필 쓰기를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수필 사연을 담은 글쓰기를 함께 하는 손홍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합천신문 독자 분들과, 내 동생 추자, 지인들과 이웃들, (주) 한국산문 문우님들, 가족에게 항상 용기와 격려를 더해주심에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과 고마움을 표합니다.
―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제1부
코로나19 백신예방 접종
사람들과 붙어살아요
귀한 귀
우리 집 남자들
뼈 두 개요
멀건 국물
칡
내가 예뻤을 때
사월의 아침
제2부
신혼여행지에서
봉숭아 꽃물
치자 꽃 피는 집
모과 미인
다람쥐가 있는 풍경
꽃다발 선물
눈썹 문신 공짜?
버들잎에 글을 써서
도심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제3부
보도블록에 봄꽃이
땡감
허기진 가을
심심하면 찔레꽃이라도 불러
빨래터에 가고 싶다
주먹
아궁이
친구 영희
남편과 은행나무 사이에서
보리밥
집 나오면 즐거워
◑ 문경자 수필집 추천사 _ 소설가 손홍규
● 문경자
△경남 합천 출생
△《한국산문》 수필(2009), 《국보문학》 시(2015) 등단
△양천문인협회 회장(9대) 역임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합천신문 논설위원
△자랑스러운 합천인상, 한올문학상, 양천문학상, 제3회 자랑스러운 양천문학인상 수상
△1999년부터 합천신문에 에세이 연재 중
△수필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핑크빛 넥타이』 『집 나오면 즐거워』
△시집 『어디 감히 여성의 개미허리를 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