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535

별의 초대

조숙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75 5 0 4 2013-03-31
먼지 풀썩풀썩 날리는 사막을 걷는 한 마리 낙타가 있었습니다. 가라! 는 한마디 숙명만 업고 가는 낙타. 때론 등에 지워진 중압감에 무릎을 꺾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긴 속눈썹을 파고드는 모래바람에 방향을 잃고 헤맬 때도 있었습니다. 눈앞을 가로막는 모래언덕이 너무 아득해서 시간시간 조차 가늠할 수 없을 때 오직 지금만을 걷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을 때는 제 몸에 세포가 기억하는 느낌이 나침반이 되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갔습니다. 물 없이도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은 본디 갈증을 이겨 내도록 진화 된 것이 아니라 다만 결핍을 견뎌 낼 뿐입니다. 내 등에 물이 있다는 기억이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길 없는 길을 걷는 낙타처럼 쓸쓸한 일이었습니..

꽃똥

조윤주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61 9 0 9 2015-12-15
수반에 담긴 행운목 같은 것이 인생이더라, 아니 슬픔을 어루만져야 꽃이 되더라, 라고 다시 마음의 문장을 고칩니다. 바람이 물어다 놓은 길에 휑하니 뚫린 슬픔의 통로가 지중해까지 이어진 것이 인생이라고, 그 길 위에서 꽃이 되고자 바람과 구름을 반죽합니다. 왜 그토록 바람風이란 단어에, 그 보이지 않는 몸집에, 오랜 세월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 또 생각해 봅니다. 바람이 꽃을 피우고 바람이 공기를 순환시키는, 그 매력만은 아닐 것입니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하루, 진로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삶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수반에 놓인 행운목과 교우합니다. 15cm 정도만 남고 아래위가 잘린 단단한 나무토막에서 새순이 밀고 올라와 나래를 폅니다...

팜므파탈 김맹순 작가

조은재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73 8 0 10 2015-06-10
내게 봄이 왔다. 민들레 씨앗 같은 희망이 가슴속으로 날아들었다. 그 희망은 현실이 되어 결정적인 변화를 줄 것임을 자인한다. 나는 마중물을 기억한다. 내게 괜찮은 변화가 다가올 적이면 마중물을 부어야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글을 쓴다. 무명작가인데도 도도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글은 그냥 써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소중한 느낌이 말을 걸어줘야 써지는 것이다. 말을 걸어오는 그 뭔가와 진심어린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금세 세상 것에 놀라 달아나버린다. 언젠가 가슴에 묻힌 이야기를 창작해서 세상 속에 들려주고 싶었다. 이 소설집은 내가 소설을 계속 써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조은재, 책머리글 <작가의 말>

정 죽일 놈 전

최남용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232 9 0 11 2015-02-03
나이 들어 세월이 쌓여가면서 뒤돌아보면 앙금처럼 남는 아쉬움들이 있다. 인연에 대한 관리다. 연인이나 벗과의 관계도 그렇고 배우자 혹은 부모와의 인연 또한 그렇다. 필자는 이번에 전자책으론 첫 번째 소설집인 “정죽일놈전”을 내면서 이런 인연의 앙금들을 공감하며 풀어가는 이야기들을 선별해 꾸몄다. 나름 재미있게, 생각하게,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고 자부한다. 전자책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 최남용, <책머리에>

바람 빛깔을 찾아서

최대락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74 10 0 9 2016-07-01
고요하고 깊어가는 밤 베란다 창문 사이로 밝은 불빛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별들의 속삭임이 마치 수많은 시어들과 행간 사이를 시름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잠시 숨 돌 릴 여유를 주는 듯 창가에 기대 선 채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서재에 꽂혀있는 시 집들을 한 권 한 권 번갈아 가며 펼쳐보고 있노라니 이 책마다 작가의 고뇌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가을날 바람에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면 괜히 숙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왠지 쓸쓸하고 허전한 생각이 들고 나무가 애처로워 바람이 불면 그 낙엽은 어디론가 떠나가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땅에 떨어진 뒤에도 홀로서서 된서리를 맞아가며 비..

상담자적인 부모 역할

조춘숙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93 4 0 13 2014-08-15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를 훌륭하게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내속에서 낳은 자녀라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자녀문제이다. 특히 어린 시절 품안의 자식이었다가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지며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급 성장기에는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리는 과정에서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원하는 좋은 부모역할 중의 하나가 바로 상담자적 부모역할인 것이다. 자칫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할 경우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녀들의 주호소문제인 우울과 무기력의 원인은 대체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뿌리 깊은 가..

아내와 맞춤법

정선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9 9 0 9 2015-12-05
작가가 한 시대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한 사람의 작가가 그 어떤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글을 쓴다면 어떤 세상이 나올까? 문득 작가의 위치는 어디일까? 바라보게 된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되듯 참말로 글 쓰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나쁜 글보다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세상에 본이 되는 사례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등 경 위에 켜놓은 등불처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얼마든지 어지럽고 험한 세상이기 때문에 세상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퇴출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회를 주고 시간을 주어 일말의 작은 변화라도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라보지만, 이..

생계형 남자

정선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56 9 0 4 2020-03-30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된다. 왜 사람들은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그 무엇이 우리의 인생 막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끔 이런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이 있고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무엇보다 무서운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꿈도 야망도 다 버리고 오직 하루의 담배 한 갑에 잠자리는 있으면 만사형통한 것처럼 더는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 대개 이들과 이야기를 깊이 나누어 보면 과거의 상처 탓인 분노와 좌절이 독수리의 발톱처럼 숨겨져 있어 언제 사고를 칠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말인데 육은 육이요 영은 영이라고 말씀하신 예수..

온전한 사랑의 안착

정선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1 8 0 0 2013-04-08
내가 사는 하루의 날이며 일이 내 역사이며 이 세상 나그넷길에서 무를 익혀 스며들어가는 내세의 문턱이다. 비록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럴지라도 우주의 작은 분말이 되어 떠다니는 일에 얼마나 내 소신껏 할 일을 꿈꾸며 목적에 이끌리는 솔직한 작업을 다 했는지 나는 내가 죽을 먼 훗날, 온통 마가린을 내 영혼에 발랐는지 나 스스로 속삭이기를 아! 이제는 다 이루었다. 가슴이 뿌듯한 채 그대로 내 생에 가장 존귀하고 영화로운 황혼의 날을 만들고자 끝없는 자아 성찰을 함으로써 두려운 죽음의 문전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아! 이제는 해가 지는구나! 내세에서 날 부른다. 육체 밖에서 군가를 만나 요단강을 웃으며 가슴 벅차게 기뻐하며 건너는 날..

내 아내는 복실이다

정선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8 8 0 8 2014-03-17
살자, 그리고 꿈을 꾸고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며 구하고 찾고 이루는 삶을 살자. 이 시대를 생각하며 내 이웃을 생각하는 영으로 살자. 육체가 아닌 영으로 살자.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날마다 이기며 살자.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형질을 생각하며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의 시절을 따라 과실을 맺는 영광을 위해 살자. 이 시대를 사랑으로 투영하는 작가의 양심과 절개를 가지고 살자. 오늘도 나는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나를 먼저 발견해야 뭔가 삶의 목적에 이끌려갈 듯한 마음의 서정이 불타오른다. 내가 오늘 있기에 내일 또한, 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꿈을 맡긴다. 하루 첫눈을 떴을 때 치밀하게 밀려들어오는 말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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