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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뜨락

박창호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8 9 0 8 2017-07-01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눈 덮인 겨울, 찬바람이 둥구나무 소매 자락에서 괴괴한 소리를 내던 밤, 나는 몇 권의 시집을 뒤적이며 갖가지 시어들을 주워 모아 시인의 흉내로 시를 엮어 액자 속 그림을 들어내고 그 안에 담았다. 행랑채 벽에 걸어두고 수시로 읽고 외우며, 시인의 흉내에 빠져 허둥대던 청순한 학창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중년에는 교단에서 청소년들에게 지식을 전수한답시고 칠판을 두드리며 고함만 질렀고, 퇴임 이후에는 낮에는 잡초와 싸우고 밤에는 책 읽으며 글과 씨름해 볼 생각이었으나, 퇴임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낮에 잡초를 이길 방법이 없고 밤에 허공에 맴도는 그리움도 잡을 길이 없구나. 그림자 길어진 해거름에 와서야 시조를 마주해보니 마음이 기쁘기도 하지..

내 속에서 익어가는 것

채영선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 0원 1일대여
0 0 163 11 0 12 2017-10-10
언제 어디에서나 지켜보시던 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이 더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아니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기차 여행을 할 때 산간 지방에서 만나는 터널은 재미와 스릴을 동반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만나는 터널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다가오는 어둠과 빛의 차이는 종종 우리의 눈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사유의 공간에서 마음대로 자유를 구가하지만 그곳에도 여전히 지켜보시는 눈길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나 어린 아이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유연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모든 것을 터득하고 선을 행할..

온유하게 하는 약

채영선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87 11 0 12 2017-10-10
한 여름 자목련 꼭대기에서 붉은 움이 돋아납니다. 북소리를 울리는 듯합니다. 가을을 부르는 것인지 여름을 붙잡는 것인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 하늘을 향하여 sos를 보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때때로 자목련처럼 하나님께 sos를 보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나의 자아가 발밑에 끌리는 옷자락처럼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저가 아들이시라도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기까지 호두나무는 많은 장대비와 폭풍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어야합니다. 그리고 달이 차지 못해 떨어지는 작은 알갱이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어야합니다. 가을이기에 떼어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우리 손..

여운의 궤적

고창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786 8 0 10 2019-05-17
빈 백지 허허롭지만 내 마음 박혀 있는 때가 있다. 미리 밑그림 심어져 있다. 펜을 들고 백지에 갖다 대면 무심코 돌기 튀어나오듯 비 온 뒤 샘 솟구치듯 글자들 무리 지어 앞뒤 없이 줄을 잇는다. 높이도 깊이도 없어 입체미라곤 없지만 응축된 눈물 방울지다 고일 데 없어 바람결에 말라버리지 않았는가. 느닷없이 얄궂은 체취를 뿜어내어 놓고서 마냥 좋은 향기인 양 해서야 쓰겠는가. 좋은 향기도 대놓고 맡다 보면 게우기 마련인데, 하물며 싸구려 향에 잘 생긴 코 벌름거리게 해서야…… 냄새 풍기기 전에 미리 이실직고해야 편할 것 같다. 마실 공기마저 어지럽혀진 판에 은근슬쩍 구역질감 하나 보태니 어쨌든 양해든 용서든 미리 청해야 될 일 아닌가 싶다. ― 머리말..

영혼의 무인도

김성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 0원 1일대여
0 0 171 6 0 11 2016-04-08
요즘 시 읽기가 지루하고 짜증난다. 메시지가 평범하고, 별 내용 없이 시가 길다. 함축미와 이미지가 결여되어 시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아쉽고 그립다.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길게 늘어놓은 진부한 사설이 싫어졌고, 감동도 못주고 더 읽어 볼 흥미도 관심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시적 기교나 표현의 미숙으로 독창성과 전달력을 잃었고, 아마추어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관심과 흥미의 유인가를 절감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유로 나는 시 읽기가 싫어졌고, 일반 독자도 떠나갔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단시의 매력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프랑스 시인 장 곡토, 일본 시인 바쇼오 마츠오의 하이쿠, 우리나라의 단시조, 김춘수의 짧은 시편들, 고은의 단..

고청(古靑) 빛 인연

김국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215 8 0 9 2018-11-10
한가한 날, 울적할 때 펜 한 자루 손에 쥐고 종이 위에서 맘껏 노닐고 싶다. 걸어가다, 뛰어보고, 춤도 춰보고 한 자 두 자 노닐다 어느새 밝은 마음 되네. 긴 세월 함께한 인연에 시집 한 권 안기고 싶어.. ― <자서(머리말)>

치자꽃 연가

김소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 0원 1일대여
0 0 137 9 0 0 2013-05-15
청소하기 나이도 버리고 세월도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마음까지 버리고/ 그래도 버리지 못한 시조 하나 남았더라// 이렇게 버리지 못한 시조 하나 붙들고 부끄럽게 묶어 보았습니다. 자신의 시는 자신의 춤이요 노래요 기도입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신명으로 풀어내어 한 판 판소리의 소리로서 노래가 되지 못한 노래를 내 피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빚진 분들께 이 시집을 드리며 함께 수고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김소해, 책머리글 <시인의 말> 꽃의 참 아름다움은 그 염미艶美한 모양이나 자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풍기는 향기에 있습니다. 치자梔子는 안평대군安平大君의 명화이훼名花異卉에 매란국죽梅蘭菊竹, 목단牧丹, 해당海棠..

하늘빗장

김소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72 9 0 13 2020-02-26
내 작품을 내가 보면 늘 부끄럽다/ 그런데/ 오늘밤은 내가 내 작품에 취하고 싶다/ 달빛에 취하듯이/ 바쁜 생활 중이지만 누군가 나와 함께 취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여기 몇 편 묶어보았습니다 ― <머리말>

만근인 줄 몰랐다

김 소 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1 10 0 10 2018-11-10
시조니까 시조답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지요. 시조와 싸우다 겨우 몇 편 얻었습니다. 미흡하나마 나의 전리품들입니다. ― <머리말> 다시 찾지 않으리 당신의 그 무릎 앞/ 산이 산을 지고 흔들리며 저문 시간/ 아득히 이날 까지도 말을 숨겨 깊어있네 ― 본문 시 <중산리 가는 길> 중에서

흔들려서 따뜻한

김소해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9 9 0 5 2013-06-12
첫 시집을 내었을 때 부끄러워서 내가 내 책을 읽어볼 수가 없었다. 속내를 들켜버린 부끄러움이리라. 그러면서 그 부끄러운 짓을 또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했던 말 또 하고 같은 이미지 또 쓰기까지 말이다. 언제쯤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전도서」) 유사 이래로 사람의 심성은 다 비슷한가 보다. 새롭지 않은 사물들을 새롭게 보아내는 통찰력이 있다면 망원경 없이도 우주를 보아내리라. 부끄럼을 무릅쓰는 일이 시조에 발 들인 죄업이라 생각하고 다시 열심을 내어본다. - 김소해, 책머리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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