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535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이향아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52 9 0 4 2016-05-20
책머리에 어머니는 여든이 넘으시더니 같은 말을 여러 번씩 반복하신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런 어머니를 뵈면서 나는 세상 일들이 허무하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느끼는 시간과 공간 역시 어머니의 착각 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작년 혹은 재작년이거나, 대전에서 일어났던 일을 서울에서 일어난 일로,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광주에서 있었던 일로 혼돈 속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언제’건 ‘어디’건 그게 뭐 대단한 것이랴, 본질이 중요할 뿐인 것을. 본질, 인생의 본질, 우주의 본질, 목숨의 본질.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몽롱과 환상으로 이어져 미혹하게 되는, 그러나 나는 이것 때문에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이향아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69 9 0 2 2015-10-01
나는 평생에 한 권의 시집만 펴내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단 한 권의 시집으로 요약하기에는 내 속의 열기와 사랑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던가보다. 그리고 내 속의 환상과 동경이 너무 번화하고 복잡했던가보다. 나는 한 때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마흔이 되기 전 서른아홉 살쯤에, 그 나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서, 인기 절정의 배우가 무대에서 퇴장하듯이 나는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쇠락해 가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지 않아, 영원히 추억 속에 젊어 있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그들에게 아쉬움과 미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야 말로 얼마나 집요한 세상에의 ..

섬으로 가는 날

김석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48 8 0 2 2016-08-03
지나간 봄은 언제였던가/ 짙은 녹음의 그늘도 건너와서/ 이제야 알겠구나/ 꽃이 피고 잎이 피는 한철은 내내도록/ 이마에 팥죽땀 맺히는 신열로/ 더운 몸속에서는 붉은 물을 끓이고 있었구나/ 억수장마에도/ 불잉걸 쳐다 붓는 땡볕 아래서도/ 꾹 참고 서 있었구나/ 단풍을 숙성시키고 있었던 게로구나. ― 본문 시 <단풍 드는 날> 전문

예순 여행

박얼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57 8 0 2 2013-04-16
또 한 채의 영혼의 집을 지어 준공을 마쳤다. 나름대론 제법 공을 들인 것 같았는데, 부실하게만 보인다. 영혼의 건축 재료들을 제 용도에 알맞게 잘 골라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기대했던 만큼,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만 키운 셈이다. 중견을 넘긴 시력(詩歷)임에도 내 부족한 역량을 점검해볼 기회로 삼아야 될 듯싶다. 불과 석 달 전에 예순의 문턱을 넘었기에 <예순 여행>이라는 문패 하나 내걸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선 어느덧 미수(米壽)에 머물고 계신다. 어머니 앞에서 예순이라는 내 나이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불효의 무게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 박얼서, 책머리글 <시인의 말> 중에서

지상의 보물

김석규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69 8 0 2 2016-05-03
더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행복이다.// 밥 한 그릇으로 온 식구가 건너가는 밥상머리/ 소쿠리 넘치게 푸새를 깔아서 비벼놓고/ 갑자기 등발이 굵어진 아들 뒤로/ 맨 늦게 숟가락을 잡은 어머니가 슬그머니 나앉고/ 귀밑 명주털 보송보송한 누나가 일어서고/ 어린 것들 서로 먼저 숟가락을 놓으려고 눈치 보는/ 하늘에까지도 가장 온전하게 지니고 가야 할/ 더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행복 ― 김석규, 본문 시 <지상의 보물>

자연과 우주의 너울

정송전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89 9 0 2 2012-12-25
자작시에 스스로 ‘감상’이나 ‘해설’ 따위의 글을 덧다는 일을 지금껏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그것이 독자에의 배려 차원을 넘어 시의 외연을 확장하고, 보다 심층적으로 시의 본질에 틈입하는 수단이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조심스럽지만 한편 즐거운 마음으로 손을 대었다. 한 편, 한 편, 곱씹어 읽으면서 사뭇 면구스러움만 앞서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 삶의 본질을 천착하는 일이 문학의 본령이라고 보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났다고는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내 창작생활에는 또 하나의 필연적인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시집은 앞으로 이어질 ≪감상선집≫의 둘째 권으로, 첫시집 ≪그리움의 무게≫부터 차례대로 치면 ..

하여가 & 단심가

김학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369 19 0 2 2015-07-15
관상어 중에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이 코이는 조그만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어디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니 놀라운 일이다. 사람도 역시 어느 곳에서 사느냐에 따라 그렇게 달라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자녀교육 때문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 모양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공부를 해야 큰 인물이 된다고 믿기에 명문학교를 찾는 게 아닐까? 그렇다. 환경에 따라 미래가 바뀌는 법이다.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꿈이 생기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

환상일기

이향아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203 9 0 2 2015-10-13
『환상일기』는 월간 『시문학』지에 일 년 동안 연재하던 시 60편의 총칭이다. 그것들을 묶어서 시집으로 내놓으면서 나는 좀 더 볼품 있는 외양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근작 시 15편을 더하였더니 75편이 되었다.『시문학』에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수백 편이라도 계속 쓸 수 있을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만큼 흥건하고 윤택한 정서가 나를 눈물 나는 산천과 골짝으로 이끌고 갔고, 나는 거기서 얻은 설렘을 큰 힘으로 삼았었다. 내가 무엇을 노래하였든지, 그것이 자연이든지 인생이든지 언제나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집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창세의 위력을 절감할 때에도 ..

상상력과 시, 환상시와 허구시

최진연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75 14 0 2 2017-06-15
나는 해마다 시집 한 권씩, 몇 해마다 산문집 한 권씩을 내려고 마음먹었는데, 연속 5년째 시집과 함께 금년엔 에세이집, 문학평론집까지 출간하게 되어 하나님께 더 큰 감사를 드린다. 나의 첫 평론의 글은, 젊었을 때「이 한 편의 시」라는 제목으로 ‘가장 좋은 시 1편과 그 이유를 200자원고지 5매 이내’로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한국문학>에 쓴 兮山의「해」에 관한 단평이다. 그 이후 나는 주로 세미나 또는 잡지사의 요청에 따라, 더러는 기고로 논문을 발표해왔으며, 그것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오래 동안 문학과 학교와 교회 일을 동시에 해오면서 급히 써서 발표하느라 생긴 오류를 바로잡았으며, 특히「하이퍼시의 이해와 작법」에서「하이퍼..

사랑일기 포오란 사랑두께

이영지 | 한국문학방송 | 5,000원 구매
0 0 152 9 0 2 2016-01-07
사랑일기에 포오란 그리움이 일어나 사랑일기에 포오란 그리움이 일어나 가슴의 강물에는 푸르름이 들어서 온 산을 푸르게 하고 들판도 푸르름이 익습니다. 시집 『사랑일기 포오란 사랑두께』에는 가슴이 녹는 사랑에 들어 있어서 누구에게나 사랑을 심어주려 하면 사랑은 싹이 나고 그리고 차츰 잎이 핍니다. 겨울내내 오는 눈에도 사랑이 들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눈을 맞으면서 콩닥콩닥 두근거리는 가슴이 온 누리에 싹이 있게 합니다. 봄이면 꽃나무에 꽃이 피는 나무에 사랑을 넣자마자 꽃이 잎도 없이 먼저 핍니다. 사랑의 나무가 자랍니다. ― 이영지, 시인의 말(책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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